2016. 5. 3. 11:17

이거슨 5월 3일의 기록이다.

 

- 오늘은 봄비가 온다. 좋다.

 

- 요 근래는 만남의 연속이었다. 동네친구, 아는 형, 88학번 선배님, 교수님.. 일주일 내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내 감정의 소모가 심하다. 중간고사라는 이유로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것인데, 아직도 만나봐야 할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 생일이였던 친구, 곧 결혼하는 누나, 학교 친구까지. 앞으로 1주 정도는 더 바쁠 듯 싶다. 어쩔수 없지만. 성취가 없는 만남을 하고 싶지 않다. 많은 것을 얻어가는 만남이 지속되기를.

 

- 이번 주부터 금요일에 8시부터 10시까지 잠실에서 하는 농구모임을 가려고 한다. 원래 소속되어 있던 농구팀은 마사회 알바로 나가지 못한 지 언 4개월 째. 농구를 하고 싶지만 주말에 일하게 되면서 참가하지 못 하게 된건 내 선택이었으니까.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맞는 거겠지.

 

- 요즘은 배드민턴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집 앞에 실내 배드민턴 체육관이 있는데, 거기도 한 번 물어보려고 생각중.

 

- 중간고사가 끝나고 한국사를 준비하려 한다.

 

- 어제 볼링을 쳤다. 20대가 되고 두 번째로 쳤는데, 내 볼링 점수는 120점 정도인듯.. 가격이 비싸지만 않으면 간단하게 놀고 오기 좋은 운동인거 같은데,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거지.. 재밌긴하지싶다. 또 다른 재미.

 

- 위에 말했던 88학번 선배는 언론계에 종사하는 선배인데, 만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말들을 들었다. 예전에 이야기했던 선배와의 만남 이라는 시간을 통해 이런 귀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손석희가 얼마 전에 앵커브리핑에서 와치독, 가드독, 랩독, 슬리핑독이라는 단어를 말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는지도 물어보고, 실제로 언론핍박이랄까, 정부의 언론통제가 어느정도인지 궁금했고, 그런 말로만 돌아다니는 것들이 이 시대에 실제로 가능할까 싶었는데 상상외로 현실은 차가웠고, 통제가 가능했다. 그 모든 건 현실이라는 것과 얽혀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현실이라는 벽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 기자분도 어렸을 땐 작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자로서 오래 생활했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는 작가의 꿈을 놓치 않고 있다고. 나한테도 포기하지말고 하고 싶은걸 해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언젠가, 나이가 들면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고. 현실에 치이게 되면 그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아쉬워 하는 모습이 보여 내가 더 안타까웠다. 

 

 좋은 선배였고, 이런 어른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다.

 

- 어른이 되고서도 철 없는 사람이 나는 좋다.

 

- 내가 영악하다는 소릴 들었다. 허를 찔렀다. 반박하지 못했다. 맞는 말이다. 이래저래 변명하며 있어보이는 말들만 허공에 떠보이며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건 나니까.

 

- 암살교실이라는 만화책에 대해서 이야기 했던가? 킹덤을 다 본 후 정주행하고 있는 암살교실. 선생님의 자질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표현해냈고, 한번쯤 읽어볼 만한 만화책이라고 생각한다. 더 어렸을 때 읽었으면 좋았을걸- 하곤.

맨날 흘러간 시간에 대한 후회뿐이구나. 마지막화로 갈수록 눈물이 났다.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더니. 사실인가.

많은 문장들이 오고갔지만 머릿속에 와닿은 문장들을 후에 소개하고싶다.

 

- 어제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중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의 선생님들에 대한 이야기. '좋은 선생님' 이라는 단어의 정의. 나는 사립고등학교를 나왔고, 나에겐 방학이 없었다. 항상 학교에 가서 야자했으니까. 밤11시, 12시 심하게는 새벽 2시까지도 공부를 했다. 공부, 공부, 공부... 공부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제로 지금 고등학교를 생각해도 별 다른 추억이 없다.

 내가 군대에 들어와서 만났던 사람중에 제일 부러웠던 사람은 고등학교때 방학이 되면 항상 여행을 떠났다고 했던 사람이다. 그는 전국 거의 모든 곳을 다 가봤다고 했다. 그것은 그 때가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경험, 그 경험을 해 볼 생각을 나는 왜 못했는가. 시스템에 저항해볼 생각을 왜 못했던가. 그때는 무엇이 두려워서 그저 순응하고 살았던가.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왜 깨닫지 못했던가. 그저 방학에 나가서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만 하는 삶이 왜 당연하게 생각되었을까.

 한국사회의 기형. 그것은 이 한국이라는 기형적인 사회가 낳은 슬픈 자화상이겠지. 다시 돌아와서 '좋은 선생님' 의 정의.

암살교실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런 선생님을 만났던적이 있는가에 대해 곰곰히 곱씹어봤고, 결론은 "없다" 였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캡틴 "키팅" 같은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3학년때 담임선생님은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이었다.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쳤고,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고도 할 수 있다. 항상 우리와 함께 열한시까지 남아계셨으니까. 그 분은 좋은 의미의 선생님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선생도 많으니까. 그건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선생님조차도 학생들의 비전을 그저 소위 "좋은" 대학에 가게 하는것. 이라는 단편적인 목표설정을 부여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사회의 기형. 공립이 아닌 특히나 사립고인 경우 얼마나 많은 수의 학생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는가. 가 얼마나 좋은 고등학교인가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담임을 맡았다면 그 선생님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왜 우리는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애썼던가. 우리가 가진 무수히 많은 다른 재능들은 무시된 채. 그 열정의 방향이 우리의 꿈을 찾아주는 것에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동주라는 영화를 봤다. 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그 시대에 비해 지금 '로망' 은 죽었다. 였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에겐 꿈이 없어보인다. 그게 너무 슬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도 여럿봤다. 현실이 그렇기에 그들에게 별다른 선택지는 없어보인다. 그것이 한국사회의 기형적인 모습이다. 아무도 시를 노래하고, 문학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가벼운 휘발성이 강한 이야기들만 이리저리 떠돈다. 이런 시대에 시를 이야기하고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죄"다. 먹고 살기도 바쁜데 그런 걸 노래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상한 사람 취급 받기 쉽상이지. 그런 세태가 아쉽고, 이런 사회가 안쓰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나도 결국 이 사회의 일원인데. 중고등학생이 이 글을 본다면, 이런 이야기를 전해주고싶다. "여유를 가지고 살기를 바란다"고. 눈 앞에 보이는 공부가 공부의 전부는 아니라고.

 

- 예전에 교수님중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이런 착함이 사라지는 시대일수록 착한심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빛을 받을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착하기만 해서 뭐하냐,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다, 착하면 사기만 당할뿐이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조차도 사실은 착함을 "동경"한다. 착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고, 그런 마음을 잃지 않기를 속으로라도 응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들도 그런 마음가짐이 쓰잘데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갈고 닦으라.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였다. 점점 사라져가는 가치일수록 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가치를 잃지 않을 수 있게 된다고.

 나는 이것이 이 가벼운 시대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가벼워질수록 무겁고 진중한 사람은 빛을 발할수 밖에 없다고.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너무 가벼운 사람이 되진 말자고. 가벼움 속에 진중함을 가지고 있자고.

 

- 오늘은 공연장에 가 볼 생각이다.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월급에 대해서 이야기 할것이다. 부조리하다면 그 부조리함에 맞서 싸워 나가야 되지 않겠나.

 

- 만났던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항상 A여서 좋아. B를 만나든, C를 만나든 여러 사람을 만나면 모양의 변화가 생길수도 있고, 그냥 그 사람들의 말을 수긍할 수도 있을텐데 너는 언제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어. 그런 부분이 짜증나기도 하지만."

 

 인정.

 

- 그리고 또 무슨일이 있었나. 일단 여기까지. 또 다른 생각이 나면 덧붙여서 글을 이어가겠다. 지금은 밥먹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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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H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