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2. 14:11

 앵무새죽이기, 하퍼리/박경민 한겨레 1993

 

 독서모임 초이를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던가. 초등학교 2학년때 처음 알게된 친구와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알아보던 중 마음에 드는 모임이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고, 자신도 그런 모임을 하고 싶었다며 둘이 같이 할까? 라는 이야기에, 그래. 하자. 하고는 무심결에 만들어진. 우리의 독서모임.

 

 처음에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독서모임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우리였으니까.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봐주는 사람도 따로 없었고. 그렇지만, 서로 부담갖지 않기로 했다. 그저 우리가 즐기는대로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그래. 그거면 됐지.

 

 독서모임이 진행 될수록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둘이어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과 오랫동안 알아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나눌 수 있었고, 그것은 다른 독서모임에서는 분명 느끼지 못할 감정과 나누지 못할 이야기들이란걸 우리는 서로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우리의 독서모임은 그렇게 무심결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첫 책으로 내가 읽은 책은 앵무새죽이기.

 

사실 하퍼 리는 정말 대단한 작가다. 일생에 단 한권의 책을 내놓고 그 한권으로 모든 부와 명예를 얻음으로 인해 그 이후의 책을 내지 않아도 되는 부귀영화를 누렸으니까. 그것에 대해 김연수인지, 김영하 작가가 한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낳은 자식같은 글들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에 돌팔매질을 받고 평가를 받는 모든 부분은 작가가 감수해야하니까. 그리고 그런 상처를 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작가로서 씁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될 기회를 얻은 하퍼리가 부럽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앵무새죽이기라는 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나쁜 기억을 어느정도 깨고 시작을 하고 싶었다. 각설하고, 앵무새죽이기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나는 죽은시인의 사회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것을 느꼈다. 혹자들은 이 책이 흑인에 대한 편견과 인종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만으로 이 책의 대단한 점을 이야기하는데 나에게 더욱 와 닿은 것은 부모로서 자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야하는가? 라는 관점이었다. 핀치가 스카웃을 대할 때, 사고와 생각들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내가 후에 부모님이 되었을 때 내 자식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나 싶은 마음. 그만큼 핀치는 굉장히 선명하고 이상적인 부모의 상을 나타내고 있는 듯 싶다. 그래서 내가 죽은시인의 사회의 존 키팅 선생님이 생각났던 걸 수도.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제기' 론적인 관점이 아니라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법'론적인 관점에서 더욱 흥미가 갔고, 그렇게 읽혔던 것 같다. 핀치뿐 아니라 앵무새죽이기에 나오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는 말 하나하나는 굉장히 명료하고 메시지 자체가 주는 울림이 크다. 어린 아이들의 올바른 가치관을 잡아주려고 애쓰려고 한달까나. 내가 어렸을 때 그런 말을 해주는 어른들이 내 주위에 있었으면- 하고는. 그리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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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6

첫째로, 스카웃 네가 아주 간단한 요령을 배운다면 넌 모든 사람과 훨씬 잘 지낼 수 있을거야. 그건 그들이 보는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 한 절대로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거지/ 네가 그들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는거야.

 

p.118

"난 다시는 너희들에게 내 말을 들으라고 명령할 수가 없게 되거든. 스카웃, 모든 변호사들은 말이다. 그의 생애 중 한 인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공판이 한 가지는 있는 거란다. 이 아빠한테는 이번이 그렇단다. 앞으로 학교에서 이 일에 대해 불쾌한 일을 겪게 될거다. 하지만 나를 위해 네가 해줄 일이 있다면 그건 머리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는거야.

 

p.184

글쎄다. 제 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자랑하지 않는단다.

 

p.148

내가 아는 걸 모두 다 말할 필요는 없단다. 그건 첫째, 교양 있는 일도 아니고, 둘째, 사람들이란 자기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걸 좋아하지 않는 법이거든. 더욱 화만 나게 할 뿐이지. 옳은 일을 지적해줘도 전혀 바꾸려하지 않는단다. 그들이 배우길 원하든 말든 그저 그들의 방식대로 따라가 주는 것이 최선이란다.

 

p.312

그걸 생각해보렴. 그건 우연이 아니야. 나는 지난 밤 현관에 앉아 기다렸단다. 너희들이 길가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그러면서 생각했단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기지 않았다고. 아니, 이길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는 이 정도의 재판으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 최초의 변호사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말했단다. 그래, 우리는 걸음을 내딛고 있는거야ㅓ. 지금은 아가의 걸음마 정도지만 그것도 걸음은 걸음이라고 말이다.

 

p.330

 그렇다면 왜 그들은 함께 어울릴 수 없는걸까? 그들이 모두 동등하다면 왜 고의적으로 서로를 경멸할까? 스카웃, 난 이제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아. 난 왜 부 래들리가 집 안에만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단지 그 안에 머물고 싶기 때문일거야.

 

p.394

아버지 말씀이 옳았다. 아버지는 남의 입장에 서보지 않는 이상 결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래들리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건 충분했다.

 

p.399

 

만약 이 일을 이대로 무마시켜버린다면 내가 그 아이를 길러온 방식이 간단히 부정되어 버릴거요. 때때로 난 부모로서 부족함을 느끼기도 하오. 하지만 난 아이들의 전부라고 할 수 있소. 젬은 다른 사람을 보려하기 이전에 내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나 역시 그 아이들을 정정당당히 되돌아 볼 수 있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소. 내가 만약 오늘 같은 일로 무언가를 묵인한다면 솔직히 난 그 아이 눈을 쳐다볼 수도 없고, 그를 잃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젬과 스카웃을 잃고 싶지 않소. 그 아이들은 나의 전부이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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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 내 입장을 생각해봐요. 당신도 아이들이 있지만 내가 당신보다 더 나이를 먹었소.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난 늙어있을 겁니다. 물론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오. 당장 지금 나를- 그 아이들이 나를 믿지 않게 된다면 그들은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될 거요. 젬과 스카웃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소. 만일 그 아이들이 내가 한 말과 다른 것을 마을사람들에게서 듣고 온다면- 헥, 난 더이상 아이들을 다룰 수 없을 거요. 나는 집에서와 마을에서의 삶을 각각 다른 식으로 살아갈 순 없소.

 

 

 

마지막 문장이 내가 느낀 이 책의 핵심문장이다. 핀치가 스카웃과 젬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 앵무새죽이기가 인종차별론적인 이야기가 핵심이 아니라 그 속에 스며들어가있는 어른으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부모로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야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 싶게 만들었던 바로 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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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CHIO'